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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운동으로 만성 통증 완화: 섬유근육통 치료 새 희망!

VR 운동 치료, 만성 통증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섬유근육통 환자의 고통 완화 효과 분석

섬유근육통(Fibromyalgia, 이하 FM)은 전신의 만성 통증과 피로, 수면 문제, 인지장애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증후군으로, 뚜렷한 원인 없이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질환입니다. 이러한 만성 통증 관리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치료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몰입형 가상현실 운동(iVRE, immersive Virtual Reality-based Exercise)”입니다. 본 글에서는 2025년 6월 발표된 Claudio Carvajal-Parodi 연구팀의 논문을 중심으로, iVRE가 섬유근육통 환자의 통증 완화에 미치는 영향을 요약하고, 기존 연구들과 비교 분석하며 그 가능성과 한계를 두루 살펴보겠습니다.

왜 가상현실 운동이 주목받는가?

가상현실(VR)은 사용자가 몰입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제공하여 실제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운동이나 심리치료, 게임 활동 등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이 기술이 정신건강, 재활치료, 통증관리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며 치료 도구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통증 관리 측면에서는 '주의 전환(distraction)' 효과, '운동 유도(effectiveness through engagement)' 효과, '운동으로 인한 통각 둔감화(exercise-induced hypoalgesia)' 등의 이론적 기반을 바탕으로 통증 인식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FM과 같은 원인 불명의 만성 통증 질환에서 비약물적 치료 옵션으로 유망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연구: iVRE가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미친 영향

2025년 6월 Applied Sciences 학술지에 발표된 Claudio Carvajal-Parodi 박사의 연구에서는 6주 동안 주 2회, 회당 15분씩 총 12세션의 iVRE 프로그램이 섬유근육통 환자들에게 어떤 임상적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탐색했습니다 (연구 원문 보기).

  • 연구 디자인: 단일군, 사전-사후 비교, 관찰적 탐색 연구
  • 참가자 수: 총 11명 (중위험군 3명, 고위험군 8명)
  • 측정 지표:
    • PI (Perceived Pain Intensity): NRS(숫자통증평가척도) 사용
    • MPS (Mechanical Pain Sensitivity): 압통 역치(PPT) 측정
  • 평가 시점: ① 최초 세션 전, ② 첫 세션 직후, ③ 6주 후 전체 프로그램 종료 시점
핵심 결과 요약

가장 중요한 결과는 iVRE가 FM 환자에게 "자각 통증 감소 효과"를 유의하게 유도했지만, "기계적 통증 민감도(PPT) 개선 효과"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주요 수치 분석입니다:

  • PI 감소량: 평균 −2.36점 (95% CI: −4.15 ~ −0.58, p < 0.05)
  • iVRE 반응자 비율: 63.63% (7명 중 4명 고위험자, 3명 중 3명 중위험자)
  • PPT 변화 없음: 모든 부위(p > 0.05),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

또한 흥미롭게도 ‘중위험군’ 환자가 ‘고위험군’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통증 감소폭을 경험했던 것이 관찰됐습니다. 이는 환자의 초기 상태에 따라 iVRE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VR 기반 운동치료의 통증 감소 메커니즘

iVRE가 통증 감소에 기여하는 작용 기전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주의 전환 효과(Distractive Effect): 가상현실이 시각, 청각, 운동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여 통증에 대한 주의를 전환합니다.
  2. 운동 유도(Higher Engagement): 게임 요소를 포함한 VR 운동은 동기 유발력을 높여 실제 운동보다 지속적으로 집중하게 만듭니다.
  3. 심리적 디스카운팅(Cognitive Reframing): 운동 성공 경험을 통해 두려움-회피 신념(fear-avoidance belief)을 낮추고 자율성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4. 도파민/세로토닌 시스템 활성화: 몰입적인 활동은 긍정 정서를 증진시켜 통증 인식을 억제하는 뇌 화학적 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존 연구들과의 비교: 무엇이 다르고 왜 중요한가

이전에도 VR 기술을 활용한 통증 관리 연구는 있었지만, FM 환자를 대상으로 한 iVRE 운동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흔치 않았습니다. 다음은 비교 가능한 선행연구들입니다:

  • Ferrer-Peña et al. (2022) – VR 사용이 섬유근육통 환자의 정서적 상태와 신체 기능 향상에 긍정적 기여 확인
  • Lloréns et al. (2021) – VR 물리 치료가 장기적인 이득은 미약하지만 단기 운동 참여도와 통증 감각 개선에 기여
  • Casale et al. (2023) – 만성 요통 환자 대상으로 VR 운동이 통증감소 및 기능 회복에 뚜렷한 도움 제공

결국, 이번 Carvajal-Parodi의 연구는 VR 운동이 FM처럼 의료적 병인 없이 통증을 겪는 집단에서 '자각적 통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음을 최초로 입증한 가시적인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한계점과 향후 과제

연구는 그 자체로 의의가 크지만 여전히 여러 제한점이 존재합니다:

  • 샘플 수 11명: 통계적 파워 확보 어려움
  • 대조군 없음: 플라시보 효과 여부 확인 불가
  • 후속 추적 없음: 장기 지속 여부 미확인
  • 정형화된 VR 콘텐츠 아님: 표준화 필요

이에 연구진은 향후 RCT(무작위 통제 연구) 확장을 제안하며, 개인 맞춤형 VR 운동 설계와 동시 측정 가능한 생체신호 추적, 다양한 연령·성별·문화권 환자에서의 검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 의료 혁신은 기술과 만남에서 시작된다

섬유근육통은 복잡하고 주관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질환입니다. 약물 중심의 기존 치료만으로는 충분한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새로운 접근 방식이 절실합니다. 이번 연구는 그 대안으로서 몰입형 가상현실 기반 운동 치료가 얼마나 강력한 심리적·생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밝혀낸 사례입니다.

향후 관련 기술 발전과 더불어 많은 환자들이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고통으로부터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국 ‘기술을 활용한 비약물 치료의 민주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며, 지금 이 순간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적인 실험입니다.

참고문헌:
1. Carvajal-Parodi et al. (2025). Immersive Virtual Reality-Based Exercise for Pain Management in Fibromyalgia. Applied Sciences, 15(11), 5956. DOI: 10.3390/app15115956
2. Farrar JT et al. (2001). Clinical Importance of Changes in Chronic Pain Intensity. PAIN, 94(2):149–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