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증강현실(AR): 위험을 줄이고 생명을 살리는 미래형 소방 훈련
소방관이 되는 길은 단순한 직업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책임을 지닌 이들의 훈련 과정은 그 중요성만큼이나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전 같은 훈련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과 사망 사고는 공공안전의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눈부신 발전, 특히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이러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고위험 훈련의 민낯: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국립화재보호협회(NFPA;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가 발표한 2024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훈련 중 발생한 소방관 사망자는 총 사망자의 약 18%를 차지합니다. 이 중 가장 흔한 사인은 심장마비(8건)이며, 이어서 열사병(2건), 훈련 중 부상 후 발생한 폐색전증(1건) 등으로 집계됩니다. 이 모든 사망 사고는 훈련 중 예기치 않게 발생했으며, 실전과 맞먹는 강도를 요구받는 소방 훈련의 실태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26세의 신입 소방관 코디 트리치(Cody Treatch)의 사망은, 그의 아내가 임신 중이었던 점과 맞물려 공공의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새로운 방법론, 기술을 입는다 - 증강현실 훈련 시스템의 등장
조지 메이슨 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의 컴퓨터공학 조교수 크레이그 유 교수(Craig Yu)와 운동학 조교수 조엘 마틴 교수(Joel Martin)는 AI 기술과 AR 기술을 적용한 훈련 시스템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 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고위험-고보상 연구 프로그램’(EAGER)의 지원을 받아, 실제 훈련 환경에서 증강현실을 활용해 긴급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연기, 화염, 피해자 위치 등을 AR을 통해 실제 훈련장에 삽입함으로써 위험 없이도 실전을 방불케 하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유 교수는 "증강현실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공간과 가상 위협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현실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앞에 벽이 보인다면 실제로도 거기에 벽이 있어 움직이면 부딪히게 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AI의 역할: 개인 맞춤형 훈련까지?
AI는 단순히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훈련자 개개인의 반응과 행동을 분석해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소방 호스를 어느 각도로, 어떤 세기로 조작했는지를 센서를 통해 감지하고, 이에 맞춰 화재 진압 시뮬레이션이 변화합니다. 이는 훈련자의 기술 능숙도에 따라 트레이닝 난이도가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정확한 동작 수행 시 불길이 줄어드는 식으로 가시적인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유 교수는 "훈련자의 움직임과 성과 데이터를 수집해 AI로 분석하면, 개인의 약점을 강화하고 성과 향상을 유도하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합니다. 이는 AI와 인간이 협력해 실전 대비 능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VR보다 젊은 AR,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VR)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상용화되었고, 훈련용 기술로서도 많은 자료와 사례가 존재합니다. 반면 증강현실(AR)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러나 실시간 환경 인지, 실제 공간과 상호작용 가능한 기능 덕분에, 공공안전 분야에서는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VR이 몰입도에서는 강점을 가지지만, AR은 현실과의 연계를 유지함으로써 현실감 있는 훈련을 가능케 합니다.
유 교수는 이런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실제 훈련 전문가, 소방관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기술은 궁극적으로 사용자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따라서 초기 설계부터 훈련 담당자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유효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경찰계 VR 도입 사례: 오하이오 주의 선제행동
기술을 활용한 공공안전 훈련의 움직임은 소방상황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는 2024년, 주 전역의 3만 명 경찰을 대상으로 VR 기반 훈련을 도입했습니다. '메타 퀘스트3(Meta Quest 3)' 헤드셋 160대를 구입해, 위기 대응 훈련 시나리오를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몰입형 학습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오하이오 주 법무장관 데이브 요스트(Dave Yost)는 "이 VR 고글은 실제 경험에 가장 가까운 훈련 감각을 제공합니다. 경찰관은 초 단위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속에서 판단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키울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 확장성과 시민안전 향상을 위한 도전
AR과 AI가 결합된 소방 훈련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훈련 안전성 향상과 시민 생명을 보호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유 교수와 마틴 교수는 현재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시 소방서와 협업하며 현장 적용 가능성을 연구 중입니다. 이들이 설계한 시스템은 향후 소방은 물론 경찰, 구조대 등 다양한 공공안전 직군으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AI는 훈련뿐 아니라 실제 사고 현장에서도 즉각적인 판단을 보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초기 프로토타입은 재난 대응 시 AI 기반 위험 연산 판단을 시뮬레이션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기술은 도구일 뿐,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직관과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AI와 AR은 우리에게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훈련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소방관과 시민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혁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으며, 기술은 그들을 보조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국내에도 이러한 기술 기반 훈련 방식이 도입된다면, 공공안전 분야의 질적 도약은 물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교육 기관, 정부, 소방청, 기술 기업이 손을 맞잡고 새로운 시대의 훈련 패러다임을 함께 열어가야 할 때입니다.
참조 및 확장 링크:
- NFPA 공식 보고서: https://www.nfpa.org/
- GovTech 원문 기사: GovTech 기사 보기
- 오하이오 VR 훈련 소개: 오하이오 법무부